⏰ 세줄요약
- 그랜빌의 법칙은 이동평균선 하나에서 뽑아낸 매수 4 · 매도 4 신호이고, 둘은 거울 대칭이에요.
- 코스피 10년(2,446거래일)으로 재보니 가장 유명한 '상향돌파'가 기준선보다 못했고(+0.60% vs +1.26%),
- '가장 위험하다'던 낙폭과대 신호가 오히려 가장 좋았습니다(+3.78%, 적중 71%).
차트를 처음 열면 선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봐야 할지 막막하죠. 그럴 때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게 이동평균선이고, 그 이평선 하나로 매매 신호를 여덟 개나 뽑아낸 사람이 조지프 그랜빌이에요.
이 글에서는 8가지 신호를 정리한 다음, 그 신호들이 실제 코스피에서 맞았는지 직접 계산한 결과까지 보여드릴게요. 계산 방법도 그대로 공개하니 직접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투자 정보 안내 — 본 글은 기술적 분석 개념 설명과 과거 데이터 관찰이며, 특정 종목·시점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과거에 관찰된 값이 미래에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그랜빌의 법칙이란
조지프 그랜빌(Joseph E. Granville, 1923~2013)은 미국의 시장 분석가예요. 1960년 저서 『A Strategy of Daily Stock Market Timing for Maximum Profit』에서 주가와 이동평균선의 관계를 여덟 가지 장면으로 정리했고, 이게 지금까지 **'그랜빌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차트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먼저 이동평균선(이평선)부터 짚을게요. 20일 이동평균선은 최근 20일 종가의 평균을 이어붙인 선이에요. 종가를 평균 낸 값이니, 20일선은 그 20일 사이에 들어온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치른 값에 가깝습니다. 이 관점이 8가지 신호 전체를 관통해요.
매수 4 · 매도 4 — 뒤집으면 같은 그림
여덟 개를 각각 외우는 건 비효율이에요. 매수 4개와 매도 4개는 같은 그림을 위아래로 뒤집은 관계라서, 실제로 익힐 장면은 네 개뿐입니다.
| # | 매수 신호 | 상황 | 거울에 비친 매도 신호 |
|---|---|---|---|
| 1 | 상향 돌파 | 내리막이던 이평선이 평평해지거나 고개를 들 때, 종가가 아래→위로 뚫음 | 오르막이던 이평선이 꺾일 때 위→아래로 이탈 |
| 2 | 눌림목 | 이평선 위에서 움직이다 이평선까지 눌렸지만 깨지 않고 반등 | 이평선 아래에서 반등했지만 이평선에 막힘 |
| 3 | 회복 | 이평선을 살짝 깼는데 이평선이 아직 상승 중이고 곧바로 회복 | 이평선을 살짝 넘었다가 다시 밀려 내려옴 |
| 4 | 낙폭 과대 | 이평선 아래로 지나치게 멀어짐(이격 과다) | 이평선 위로 지나치게 멀어짐(과열) |
왜 하필 이평선 근처에서 반복될까
이평선이 최근 매수자들의 평균 단가라는 점을 떠올리면 설명이 됩니다.
- 주가가 이평선 위에 있으면 → 최근 산 사람 다수가 수익 구간 → 버틸 만함 → 지지
- 주가가 이평선 아래로 내려가면 → 다수가 손실 구간 → 마음이 급해짐 → 저항
그리고 하나 더, 이격의 문제가 있어요.
주가가 평균에서 멀어짐 → 차익 실현·저가 매수 심리가 커짐 → 평균으로 돌아오려는 힘이 커짐
주가와 이평선 사이를 고무줄로 묶어놨다고 생각하면 감이 옵니다. 멀어질수록 당기는 힘이 세지고, 어느 지점을 넘으면 튕겨서 돌아와요. 그랜빌의 여덟 신호는 결국 이 고무줄이 당겨지고 풀리는 여덟 장면을 분류한 것입니다.
다만 고무줄에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되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렸는데 추세 자체가 바뀌어버리면, 평균은 주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버려요. 뒤에서 볼 검증 결과가 정확히 이 지점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가 교과서예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이 남죠. "그래서 실제로 맞나요?"
코스피 10년으로 직접 재봤습니다
개념 설명은 어디에나 있는데, 한국 시장 숫자로 확인한 자료는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직접 계산했습니다.
계산 방법 (그대로 재현하실 수 있게)
| 항목 | 설정 |
|---|---|
| 대상 | 코스피 지수(^KS11) 일봉 종가 |
| 기간 | 2016-07-27 ~ 2026-07-24 · 2,446거래일 |
| 이동평균 | 종가 기준 단순이동평균(SMA) 20일 · 200일 |
| 이격 임계 | 20일선 ±5% · 200일선 ±8% |
| 성과 측정 | 신호 발생일 종가 대비 5 · 20 · 60거래일 뒤 등락률 |
| 편향 차단 | 신호 판정에는 그날까지의 데이터만 사용, 수익률은 그 이후로만 측정 |
이 기간 코스피는 2,025.05 → 6,690.62 (+230.4%) 로 올랐어요. 이 사실이 결과 해석에 중요하니 기억해두세요.
먼저 기준선부터 — "아무 날이나 샀다면"
신호의 성적을 말하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해요. 신호를 무시하고 아무 날에나 코스피를 샀다면 어땠을까요?
| 보유 기간 | 평균 등락률 | 오른 비율 |
|---|---|---|
| 5거래일 | +0.29% | 56.0% |
| 20거래일 | +1.26% | 56.2% |
| 60거래일 | +4.01% | 57.2% |
이게 기준선입니다. 신호가 의미가 있으려면 이 숫자를 넘어야 해요. 넘지 못하면 "신호를 봤다"는 수고만 든 셈이죠.
결과 — 20일선 기준
| 신호 | 발생 | 20거래일 뒤 | 기준선 대비 | 적중률 |
|---|---|---|---|---|
| 상향 돌파(매수1) | 131회 | +0.60% | −0.67%p | 56% |
| 낙폭 과대(매수4) | 90회 | +3.78% | +2.52%p | 71% |
| 하향 이탈(매도1) | 132회 | −0.26% | −1.52%p | 48% |
| 과열 이격(매도4) | 176회 | +5.58% | — | 31% |
※ 매도 신호의 적중률은 "신호 뒤에 실제로 내렸는가" 기준입니다.
여기서 나온 것 세 가지
① 가장 유명한 신호가 가장 평범했어요
"이평선을 뚫으면 매수"는 그랜빌의 법칙 중에서도 제일 많이 인용되는 대목이에요. 그런데 131번의 상향 돌파 뒤 20거래일 성적은 +0.60%로, 아무 날이나 샀을 때(+1.26%)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60거래일로 늘려도 +3.15%로 기준선(+4.01%)에 못 미쳤어요.
돌파 신호를 보고 사나, 안 보고 사나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② "제일 위험하다"던 신호가 제일 나았어요
4번(낙폭 과대)은 흔히 *"가장 공격적이라 초보자는 조심하라"*고 설명되는 신호예요. 그런데 실측에서는 90회 중 71%가 20거래일 뒤 상승했고, 평균 **+3.78%**로 기준선을 2.52%p 앞섰습니다. 60거래일로 늘리면 +9.90%(적중 75%)까지 벌어졌어요.
③ 과열 신호는 정반대로 작동했습니다
20일선 위로 5% 넘게 벌어진 "과열이니 정리하라"는 신호가 176회 있었어요. 그 뒤 60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평균 +16.39% 더 올랐습니다. 실제로 내린 경우는 **5%**뿐이었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이 10년 동안 코스피가 230% 오른 강세 구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승 추세에서는 눌릴 때마다 되돌아왔으니 매수 쪽 평균회귀는 맞았고, 반대로 과열 신호에 팔면 그 뒤 상승을 통째로 놓쳤어요. 같은 원리가 방향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낸 겁니다.
휩소는 실제로 심했습니다
교과서마다 *"횡보장에서는 속임수 신호가 많다"*고 경고하죠. 얼마나인지 세봤어요.
- 코스피 종가가 20일선을 넘거나 깬 교차: 269회 → 평균 9.1거래일마다 한 번
- 그중 5거래일 안에 반대 방향으로 되뒤집힌 경우: 150회 (55.8%)
- 종가가 20일선 위에 있던 날: 56.9%
교차 신호 두 번 중 한 번 이상은 닷새 안에 번복됐습니다. 신호마다 반응했다면 매매 횟수만 늘고 수수료만 쌓였을 구조예요.
200일선이 더 낫지도 않았어요
그랜빌이 책에서 쓴 기준은 200일선이고, 국내에서는 20·60일선을 더 많이 씁니다. "원전이 맞다"는 얘기가 종종 나와서 200일선으로도 재봤어요.
| 200일선 신호 | 발생 | 60거래일 뒤 | 기준선(+4.01%) 대비 |
|---|---|---|---|
| 상향 돌파 | 39회 | +0.91% | −3.10%p |
| 낙폭 과대 | 305회 | +2.00% | −2.02%p |
원전 기준이라고 더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20일선 쪽 낙폭 과대 신호(+9.90%)가 훨씬 나았어요.
이 검증의 한계 — 반드시 같이 읽어주세요
숫자가 선명할수록 한계를 분명히 해두는 게 맞습니다.
- 지수 기준입니다. 코스피 지수로 잰 결과라 개별 종목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요. 종목은 변동성도 이벤트도 다릅니다.
- 특정 10년 구간입니다. 하필 코스피가 230% 오른 강세 구간이라 매수 신호에 유리하게 기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락장 10년이었다면 결과가 뒤집혔을 수 있어요.
- 거래비용·세금·슬리피지를 넣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매매할 때마다 비용이 빠져나가요. 휩소가 55.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항목만으로도 성적이 달라집니다.
- 이격 임계치는 저희가 정한 값(20일선 ±5%)이에요. 임계치를 바꾸면 발생 횟수와 성적이 함께 바뀝니다.
- 관찰이지 인과가 아닙니다. "이래서 올랐다"가 아니라 "이런 신호 뒤에 이랬더라"까지만 말할 수 있어요.
- 표본이 적은 신호는 뺐습니다. 기울기 조건까지 엄격히 건 매수1은 10년간 7회뿐이라 판단 근거로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쓰면 될까요
검증 결과를 놓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신호를 '진입 버튼'이 아니라 '관찰 시점'으로 씁니다. 상향 돌파가 기준선을 못 넘었다는 건 그 자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자리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둘째, 지금이 추세장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휩소 55.8%는 방향 없는 구간에서 발생해요. 이평선이 평평하게 누운 구간에서는 해석을 보류하는 편이 낫습니다.
셋째, 이격은 양방향으로 같지 않습니다. 저희 구간에서 아래쪽 이격(낙폭 과대)은 기준선을 앞섰지만, 위쪽 이격(과열)은 정반대였어요. "멀어졌으니 되돌아온다"를 매도에 기계적으로 쓰면 상승장에서 조기 하차하게 됩니다.
넷째, 여덟 장면이 사실은 한 가지 질문이라는 걸 기억합니다. 여덟 개 전부 "지금 주가가 평균에서 얼마나, 어느 쪽으로 떨어져 있는가" 를 다르게 찍은 사진이에요. 저희 검증에서 성적이 갈린 것도 결국 그 거리를 어느 방향에서 쟀느냐의 차이였습니다.
급락장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급등락장 초보 대응 가이드에, 지수 자체를 읽는 법은 코스피 지수 읽는 법에 정리해뒀어요. 차트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PER 같은 실적 지표로 채우시면 좋습니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이평선이 최근 매수자의 평균 단가와 비슷하다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 매수 4신호와 매도 4신호가 거울 대칭이라는 걸 안다
- 신호 성적을 볼 때 기준선(아무 날이나 샀을 때)과 비교해야 한다는 걸 안다
- 20일선 교차가 9.1거래일마다 나오고 절반 이상이 5일 안에 번복된다는 걸 안다
- 위쪽 이격과 아래쪽 이격이 같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
- 이 검증이 지수·특정 10년·비용 미반영이라는 한계를 안다
참고 자료
- Joseph E. Granville, 『A Strategy of Daily Stock Market Timing for Maximum Profit』(1960)
- 코스피 일봉 종가: Yahoo Finance
^KS11(2026-07-27 조회, 2016-07-27~2026-07-24 구간) - 이동평균·신호 판정·성과 측정은 본문 「계산 방법」 표의 정의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